기획회의

도서관의 미래, 사서의 미래

강아래쪽마을 2020. 7. 9. 10:05

지금 도서관계는 변화와 발전을 위한 역동적 움직임으로 가득하다. 지난해 제3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이 수립되어 공표되었으며, 도서관계의 오랜 염원이 실현되어 한국도서관협회 회장을 회원들이 직접 선출하였다. 서울시가 처음으로 지방자치단체 도서관을 대상으로 공공도서관 위탁과 고용, 노동환경, 도서관 서비스에 대해 일제조사를 실시하였다. 정부의 생활SOC 인프라 구축과 지원방침에 발맞추어 신규도서관 건립이 왕성하게 이루어졌으며, 복합시설 내 도서관, 특성화도서관 설립 추진 움직임도 활발했다. 공공도서관이 개인공부를 위한 열람실 기능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소통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회에서 울려 퍼졌다. 학교도서관진흥법 개정 이후 지속적인 학교도서관 사서교사 확충이 이루어졌으며, 경기도의 경우 배치율이 전년보다 크게 늘어 90.4%에 이르렀다. 독서와 출판, 도서관을 주제로 한 워크숍과 토론회가 각 부문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도서관 변화 동향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도서관발전계획을 담은 제3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은 급변하는 사회·문화·정치·경제에 대한 시민들의 참여적 적응력을 강화하고, 4차 산업혁명 등 기술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지속가능한 도서관 발전방향을 제시하였다. 지역대표도서관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지역 자료의 납본·보존 체계를 구축하며, 도서관 사서 인력의 지속적 확대, 도서관 법·제도·평가의 현실적 개정 추진 등 세부방안을 포함하였다.

지방자치단체도 도서관 분야에서 정책사업 추진을 위해 노력하였다. 2019년 지역대표도서관인 경북도서관을 비롯해 전국 25개 공공도서관이 개관했으며, 공간과 콘텐츠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공공도서관들도 다수 있었다. 미술과 책이 융합된 새로운 패러다임의 미술전문공공도서관으로 의정부미술도서관이 개관하였으며, 전주시는 전주시립도서관 1개 층을 트윈세대를 위한 공공도서관 우주로 1216’으로 개조하였다. 서초구 양재도서관은 10대 청소년을 위한 책놀이터인 틴즈플레이스, 북카페와 함께 도서관내 서점을 조성하여 화제를 모았다. 생활 SOC 시설을 대폭 확충하고 지원하려는 정부정책방향에 따라 시설이 노후화된 전국 공공도서관들이 공간개선 리모델링을 실시하여 이용자를 위한 친근한 환경으로 변모하였다. 서울도서관은 민주주의 플랫폼이자 시민과 사회혁신을 위한 도서관, 사회적 독서를 주제로 서울지식이음포럼&축제를 열었다. 서울지식이음포럼에서는 미래 도서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도서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강조가 이루어진 가운데, 도서관계와 서울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지식이음축제로 마무리되었다.

국립중앙도서관 관장이 공모제로 바뀌면서 신라대 서혜란 교수가 취임하여, 첫 전문직 관장이 되었다. 국립중앙도서관 자료의 납본수집 규정을 개정하고, 납본관련 세부지침을 수립하였으며, 온라인자료 납본제도의 조기안착을 위한 지침을 보완하였다. 출판·유통계 현황분석을 통한 협력방안을 마련하고, 납본수집 활성화를 위한 출판·유통계와의 협력체제 구축에 나섰다.

국회도서관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에 발맞추어 임시의정원 개원 100주년 기념 웹사이트를 오픈하였다. 국내 최대 전자도서관 협의체인 한국학술정보협의회 분과위원회를 발족하여 4차 산업혁명 대응 국가학술정보신경망 조성, 저작권법 개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식정보 SOC(Share, Open, Connect)를 선언하고, 입법 정책 학술자료를 전면 디지털 데이터화해 공유하겠다는 방침도 천명했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독서문화프로그램 보급 사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으며, 어린이·청소년 담당 사서 역량 강화 워크숍, 사서역량강화 코딩&메이킹 워크숍을 진행하였다. 또한 여러 나라 문화와 언어에 대한 어린이의 이해를 돕기 위해 2010년부터 다국어 동화구연 동영상을 제작 및 서비스하고 있는데, 현재 334종 동영상이 한국어,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태국어, 몽골어 등 6개 국어로 서비스되고 있으며, 그중 100종은 타갈로그어, 러시아어, 캄보디아어로도 제공되고 있다.

지난해 3.1운동 백주년을 맞아 전국 공공도서관에서 독립운동관련 도서전시와 행사가 다채롭게 열렸으며, 파주중앙도서관은 한반도 100년의 봄 그리고 도서관행사를 열었다. 공공운수노조 관악노원구립도서관분회, 권수정 서울시의회가 공동으로 구립도서관 노동실태와 개선방안에 대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열띤 분위기에서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사서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타 지역 도서관들의 사례를 함께 공유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하였다. 후속조치로 도서관119 밴드가 만들어져 도서관직원·사서들을 위한 노동 상담을 진행하며, 소통창구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도서관은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의뢰해 공공도서관 위탁과 고용, 노동환경, 도서관 서비스에 대해 일제조사를 실시하였으며, 연구결과를 공유하는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서울지역 공공도서관 운영과 사서 노동환경, 동일노동 동일임금 방향수립을 위한 임금정책 과제 등에 대한 발제가 이루어졌고, 여러 패널의 토론이 이어졌다. 후속조치로 서울시는 서울지역 공공도서관 사서 권익 및 처우개선 TF’를 결성하였으며, 제도, 운영 및 임금, 감정노동 3개 분과로 나누어 올해 1월부터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대표도서관을 포함한 공공도서관 건립이 올해에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7기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가 출범하였으며, 도서관법 전면 개정과 사서자격제도 개선, 남북도서관 교류방안을 과제로 안고 있다. 도서관계는 도서관법과 도서관 활동에 관계되는 제반 법률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여 미래지향적으로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공공도서관 건립과 운영방안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고 준비하도록 하는 사전평가제 강화, 공공도서관 자료구입비 확대, 사서 등 도서관 운영 인력 확보도 지속적 과제이다.

교육부는 제3차 학교도서관진흥기본계획(2019~2023)을 발표하였다. 전국 초중고특수학교의 사서교사 배치비율은 44.4%로 나타났다. 학교도서관 관련 단체들은 학교도서관진흥법 시행령과 학교도서관 진흥계획에 따른 사서교사 임용 및 양성과정 정원을 확대하고, 학교도서관 공무직 사서의 처우를 개선할 것을 요구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였다. 2020년은 청소년 책의 해이다.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주춤하고 있지만, 청소년들의 독서를 장려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들이 논의되었고, 준비 중이다.

 

주체의 혁신과 리더십 필요

사회의 급변과 도서관에 대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도서관도 모든 면에서 변화해야 한다. 공공도서관의 경우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은 직원 신분이 안정되고, 오래된 조직이다 보니 도서관의 기본을 지켜온 면도 있지만, 변화에 둔감하다. 열람실이 전체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공간구조부터 도서관에 대한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교육청도서관의 혁신은 공간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많은 도서관들이 리모델링을 했거나 진행중이고, 새로운 트렌드를 수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교육청 도서관의 변화를 위한 노력은 앞으로 계속되어야 한다.

지자체에서 직접 운영하는 도서관은 사서가 부족하고, 행정직이 순환보직 관장으로 잠깐 머물다 가는 곳이 많아 지역주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혁신적 운영을 기대하기 어렵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전문직 관장과 사서들이 소신 있게 도서관정책을 기획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이 사례가 더 확대되어야 한다.

문화재단 등이 위탁 운영하는 다수 지자체 도서관은 아직 과도기상태로 보인다. 도서관에 요구되는 역할에 비해 지금의 구조는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관장들이 권한을 갖고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구조, 격무와 열악한 처우에 따른 직원들의 잦은 이직이 도서관의 미래지향적인 운영을 가로막고 있다. 이제 외형이 멋진 도서관을 건립하는 것뿐 아니라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본부터 고민하고 제대로 지원하는 가운데, 도서관 운영의 좋은 사례가 만들어지고, 그 사례들이 전국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사서들이 담당하고 있는 단순반복적인 일부 업무들은 머지않아 로봇과 AI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사서들은 도서관에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업무가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열린 마음으로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혁신하고 포용하는 개방적 자세가 사서들에게 절실히 필요하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도서관계의 변화와 발전을 위한 외적 조건은 성숙되고 있다. 이제 도서관계 주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도서관계는 리더십을 세우고 힘을 모아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도서관협회(이하 도협)는 일부 교수들의 순환보직처로 여겨져 왔고, 시대에 걸맞는 투명하고 민주적인 조직운영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회장과 각종 위원회가 대학 교수들에 의해 독식되면서 대다수 현장 사서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제 직선제로 회장선출제도가 바뀌었으므로, 도서관의 시대에 요구되는 새로운 리더십이 탄생할 수 있는 객관적 조건은 마련되었다. 도협은 도서관계 구심점으로 회원조직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사명을 갖고 있다. 이제 도서관인들이 힘을 모아 민주적이고 투명한 리더십을 세워나가야 한다.

도협 뿐 아니라, 일부 집단의 목소리만 대변하고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는 공공도서관협의회 등 각종 단체들도 스스로 사명을 재정의하고 도서관인 전체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코로나시대 의료인들의 헌신과 희생에 온국민이 박수를 보낸 것처럼, 도서관의 사명을 위해 헌신하는 도서관인들이 국민으로부터 진정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급변하는 환경속에서 도서관의 사명과 역할을 분명히 하고, 시민들과 함께 도서관의 시대를 열어갈 도서관인들을 우리 사회는 기다리고 있다.

 

기획회의 2020. 6. 20. 신남희. 서초구 대표도서관장 겸 반포도서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