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서 가능성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학 강의
정치의 발견 /박상훈 /폴리테이아
“민주주의를 싫어하는 사람들조차 민주주의를 직접 공격하지는 못한다. 대신 그들은 정치와 정당, 정치가를 욕하고 비난함으로써 민주주의의 위력을 무력화하고자 한다.” 전 고려대 정치학과 최창집 교수의 말이다.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많은 사람들이 왜 정치판처럼 더럽고 추잡한 곳에 뛰어들려고 하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 그의 책 『담대한 희망』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정치에는 또 다른 전통이 있다. 우리는 서로서로에 대해 관심과 이해관계를 갖고 있고, 그 때문에 우리를 하나로 결집시키는 힘이 분열시키는 힘보다 더 강하다는 것이 그것이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약간만 조정해도 모든 어린이가 자신의 인생을 잘 개척해 나가도록 도와줄 수 있고 국가적으로 당면한 여러 어려운 문제들에 잘 대처할 수 있다.”
정치에 대한 불신과 회의적 시각이 팽배한 시대에 정치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하게 하는 박상훈의 『정치의 발견』을 읽었다. 출판사 후마니타스 대표이며 정치학 박사이기도 한 저자가 모처에서 진행한 강의록 형태로 되어 있는 이 책은 정치가 왜 중요한지, 정치는 누가 어떻게 하는지, 정치의 기술은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사람들이 더 이상 믿지 않을 경우 힘으로라도 그들이 믿게끔 강제할 수 있어야 하며, 군주는 상황의 필요에 따라 선하지 않을 수 있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하는 등 많은 논쟁을 불러 일으켰던 『군주론』의 저자 마키아벨리와 독일의 정치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정치사상도 소개한다.
저자는 정치는 인간이 천사가 되지 않는 한 언제나 꼭 있어야 하는 불가피한 것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길은 정치를 선용하는 방법을 찾는 데 있지 정치 없는 세상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면 어떤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하며 정치가가 지녀야 할 자질은 무엇일까?
막스 베버는 『소명으로서의 정치』에서 “자신이 제공하려는 것에 비해 세상이 너무나 어리석고 비열해 보일지라도 이에 좌절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사람, 그리고 그 어떤 상황에 대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할 확신을 가진 사람, 이런 사람만이 정치에 대한 ‘소명’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베버가 강조했듯이, 국가란 거대한 행정 관료 체제를 지휘하고 어마어마한 물적 자원을 통제하며 나아가 폭력, 그것도 타인에게 복종을 강제할 수 있는 합법적 폭력을 독점한 조직이다. 따라서 이런 국가를 둘러싼 권력 투쟁을 그 핵심으로 하는 정치의 세계에서 의도의 선함만을 강변하는 ‘신념 윤리’로는 충분하지 않다. 정치 행위에서 잘못된 선택이 가져올 결과는 재난에 가까울 수 있기 때문에 결과에 대한 신중한 판단을 중시하는 ‘책임 윤리’가 매우 중요하다.
정치가 혹은 정치를 직업으로 선택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폭력과 강제를 본질로 하는 권력의 기능을 선용할 수 있는 담대함과 그만한 능력을 갖춰야 한다. 정치가들에게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리더십의 순기능이 정당 안에서 어떻게 자리 잡게 할지를 고민하고, 우리의 현실에 맞는 정당 민주주의 모델을 개척해 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이 정치에 환멸을 갖게 하는 추악한 정쟁으로 흔히 묘사되곤 하는 정치 갈등에 대해서는 정치에서 갈등은 당연한 것이며, 갈등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엔진이라고 말한 미국 정치학자 샤츠슈나이더를 인용한다. 저자는 인간이 진공상태에서 살 수 없듯이 민주주의 역시 모든 차이와 갈등이 사라진 광장의 집회장에서 순수한 열정만으로 실천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늘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문제의 핵심은 ‘대의제를 제대로 하고 투표를 중요하고 의미 있게’만드는 데 있다. 진보도 좋은 정당이 되어야 하고, 유능한 정치 엘리트를 배출하여 수많은 지지자를 결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12. 7. 5. 매일신문)